학미의 세계1 / 2018.10.29


재일조선학생미술전람회의 세계

재일조선학생미술전의 학생작품들에는 그 어느 전람회, 어떤 그림전시공간에서도 찾아볼수 없는 큰 특징이 있다.

어른의 작품이건 어린이작품이건 일반적으로 얼마나 잘 그렸느냐는 묘사력이나 능력은 절대적평가기준에 따른다.

그걸 굳이 밀어두고  “표현”이라는  이름아래  온갖  틀에서 벗어나 새삼스레 아이들의 작품과 마주하여 그 어떤 전제조건없이 있는 그대로 평가하는 공간이 바로 재일조선학생미술전이다.

알고보니  그것은 이제까지 있어보지 못한 획기적인 공간인것 같다.

우리 민족교육이  낳은  학생미술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놓을줄 모르는 독특한 세계를 달에 한번 이 지면상에서 중앙심사원들이 소개한다.

 

 

학생미술전이라 하면 선참으로 떠오르는것이 이 작품이다.

 

≪입학식≫

제43회 학생미술전 우수상 나까오사까조선초급학교 초1(당시) 리성류

 

빨간 꽃보라가 화면 넘치게 흩날린다.

문너머로 신입생들을 기다리는 상급생들이 조그마하게 그려져있다.

뜻밖의 표현에 감탄한다.

입학식날 난생처음으로 느껴본 기대와 긴장,  높뛰는 심정을 안고 축복의 꽃보라속을 걷던 기쁨을 표현한 작품이다.

얼핏 추상적으로도 볼수 있는 이 작품은 아이의 마음의 움직임과 심정이 안겨오는 생동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계기로 <심상리어리줌>이란 말이 떠올랐다.

마음속에 강하게 새겨진 일이나 사건들을 일단 가슴속에 담아놓고  마음의 필터를 통하여 표출한다.  이 말은 내 마음가는대로 만든 조어이기는 하나 학생미술전을 상징하는 말인듯 싶다.

 

 

≪셀피 아니멀≫

제46차 재일조선학생미술전 우수상 고베조선초중급학교 중2(당시) 조가린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어질고 착한 힘장수 곰과 의연하게 앉은 토끼. 벌한마리가 헤살군처럼 찍혔다.

의인화된 이 모습은 평소에 자주 보는 생활의 한장면이다.

마음쓰면서 사진기를 드는 아버지와 아랑곳없이 옆에 앉은 어머니.

가정의 기둥감과 기둥감을 늘 떠받들어주는 존재… 이역땅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재일동포사회의 한 장면을 보는듯하다.

중학생이 되면서 자기 주변의 일들에 관심을 가지며 사물의 본질을 찾으려 하는 이 시기 아이의 마음의 눈이 그려낸 유머 넘치는 작품이다. 

 

 

≪그날이 오면≫

제46차 학생미술전 특별금상 고베조선고급학교 고2(당시) 리미나

세로150cm×가로180cm

 

같은 제목의 노래로부터 착상한 작품이다. 

그려진 사람들은 모두 815명(8.15해방에 맞춤). 누구하나 같은 모양은 없다. 

마음가는데로 활달하게 그려진 사람들, 망설임 하나없는 그 속도감, 약동감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작품에 담겨진 그녀의 콤세프트문을 소개한다.

 

 우리의 소원은 단 하나 / 하지만 / 왜 이렇게 먼건지 /

 왜 이리도 그리운걸가 / 왜 이리도 못 만나는걸가 /

 우린 다시 만나야만 한다 / 우리의 마음이 하나가 되여야  “통일”이다 /

 그날이 오면 …

 

조선반도의 복잡한 상황에 늘 농락당하면서도 놓인 처지에 저항하면서 이역살이를 하는 재일동포들의 절절한 통일소망.

이 작품은 그 모습을 직접 보고 겪으면서 자라온 그녀가 자신의 마음과 심상을 엮어낸 력작이라 할수 있다.

지난해 전국을 순회한 이 작품은 본 사람들의 공감과 찬사를 독점하였다.

 

 

재일조선학생미술전람회 중앙심사위원회 위원장

고베조선고급학교 미술담당  박일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