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미의 세계4 / 2019.1.28


마음을 사로잡는 자기결정의 산물

각지를 순회하는 학미지방전에는 우리 학교 보호자는 물론 지역동포들과 조선학교를 지원해주시는 일본의 벗들,일본학교 선생님들,그리고 근년에는 남조선에서도 발길을 돌려주시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회장에 들어서자마자 펼쳐지는 화면에서 튀여나올듯 자유롭고 풍부한 표현에 그들은 놀라는것 같다.거기엔 획일화된 정물화나 무슨 방식을 모방한 생활화는 찾아볼수 없기때문이다.

그리고 작품아래 첨부된 라벨을 읽어보면서 다양한 제목에 웃고,놀라고,감탄하며 작품과 제목을 번갈아보는 모습을 찾게 된다.《이 네이밍센스 대단해!》라며 속삭이기도 한다.

전시된 작품이 모두 서로 다르기때문에,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제목도 모두 다르다.게다가 작자자신(학생)이 정한 제목이니 제작과정의 번득임이나 발견, 멧세지가 아주 직통적으로 표출된다.그러니까 재미가 있다!

고급부 미술부생에 이르러서는 켭션에 덧붙여진 콘셉트글에 여실히 나타난다.                                                                        

아이들은 도공,미술수업이나 미술부활동에서 아이들 자신의 감성이나 발견, 시점을 갖고 사양없이 자유로이 표현한다. 교원은 그 환경을 마련하고 다가가 조용히 지켜본다.그렇기때문에 작품도 제목도 아이들자신의것이며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게 아닐가.그야말로 자기결정의 산물이다.

 

 

《모두 어느쪽으로 보이나요?》

제47회 학생미술전 우수상 나까오사까조선초급학교 초급부5학년(당시) 리성류

 

지우개스탬프로 만든 데자인, 화살표의 반복이지만 첫 눈에 안겨온 색체변화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끌린다.람색도화용지에 은색스탬프,그 반복에 의해 드러난 역방향 화살표의 발견! 우를 향하는가,아래를 향하는가? 스탬프를 찍을 때마다 증식하는 량쪽의 화살표에 학생자신이 흥분한게 아니였을가.관람자도 문득 웃어버리고만다. 그리고 이 작품제목의 질문에 공감하면서 조용히 답하는 자기자신이 있다.

 

 

《노사이드》

제46회 학생미술전 우수상 히가시오사까조선중급학교 중급부3학년(당시) 김용철

 

다부진 체격을 하고있는 투구부원의 작품이다.당시 일본국내 사회정세는 공화국의 위성발사,미싸일실험을 빌미삼아 헤이트크라임이 만연하고 마스코미는 전쟁위기를 부추기고 공공기관에서는 피난훈련까지 시작하고있었으며 도무지 믿기지 않는 가짜뉴스가 련일 류포,확산되여갔다.감수성이 예민한 중학생들이 이에 반응하여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중에 매주 한번의 미술수업을 통해 제작한 작품이다.

거의 대칭으로 배치된 상징이 조일관계임은 한눈에 알수 있다. 화면가운데에 서있는 심판원,그 앞에서 악수하는 선수로 보이는 민족의상을 입은 일반시민,좌우에 우뚝 솟은 백두산과 후지산,주체사상탑과 스카이쯔리, 암흑을 밀치고 서광을 비쳐주는 태양과 무엇보다도 두드러지게 돋보이는 시합종료를 알리는 80분.투구경기 시합종료후 적아를 불문하고 함께 하는 친구, 한패가 되였다는 정신에서 유래하는 〈노사이드〉를 자기의 조국과 자기가 사는 나라와의 관계성에 비유하여 솔직한 소망을 담았다.

자기(개인)부터 사회로 시야를 넓혀 의문과 갈등속에서 답을 모색하는 단계에 들어선 중학교3학년생의 시점과 착안점,직통적인 표현이 가슴에 와닿는 리얼리티있는 작품이다.

 

 

《아리랑ㆍ길》

제47회 학생미술전 특별금상 오사까조선고급학교 고급부2학년 김시성

 

금학년도 학미특별금상으로 선출된 유화. 비오는 통학길 네거리의 촉촉한 질감, 가로등의 상냥한 빛과 그 빛이 반사하는 밤길,맨앞에 앉아있는 유령과도 같은 할머니, 비옷을 입고 급히 달려가는 사람, 재해지역의 집들과 반투명으로 묘사된 숱한 사람들을 그리면서 사회와 민족과 대치하는 자아의 존재,이 세상에 사는 일상생활속에서 바른 길을 탐구하며 자문자답하는 결심까지 느껴지는 력작이다.

그의 컨셉트글을 소개하자.

 

아리랑의 아는〈我〉,리는〈理〉,랑은〈朗〉, 진짜 자기를 추구해갈 즐거움이나 밝음이라는 뜻이다.… 돌아갈 길에서 솟구쳐오르는 안타까움과 애절함,그 우울한 기분은 과연 무얼가. 문득 래일도 마찬가지일가고 고민한다.무엇때문에 걸어만 가는걸가,자기 행복을 위해서일가,가족을 위해서일가,민족을 위해서일가,앞이 안보이는 길에서 목적지를 정해도 되는걸가.

모르겠다… 그저 오늘도 래일도 이쪽이냐 저쪽이냐 하고 진실의 길을 추구하며 앞을 보고 생각해가자.계속 걸어가고싶다! 

 

재일조선학생미술전람회 중앙심사위원

히가시오사까조선중급학교 미술교원 현명숙